티스토리 뷰

목차


    솔직히 말하면 저는 처음에 그냥 '오늘 저녁 아무 생각 없이 볼 영화' 하나가 필요했습니다. 남편과 OTT를 뒤적이다 이코 우웨이스라는 배우 이름이 눈에 들어왔고,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서 봤던 그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 있어서 덜컥 재생을 눌렀습니다. 2011년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진 <레이드: 첫번째습격>은 그렇게 아무 정보도 없이 만난 영화였는데, 101분 내내 딴생각 한 번 못 하고 봤습니다.

     

    실랏 액션 — 맨몸이 무기가 되는 순간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와이어도 CG도 아닌 배우들의 몸 자체였습니다. 인도네시아 전통 무술인 실랏(Pencak Silat)을 기반으로 한 근접 격투가 화면을 채우는데, 실랏이란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전승된 호신 무술 체계로, 손과 발뿐 아니라 단검 같은 소형 도검류까지 포함한 전신 전투 기술을 아우릅니다. 쉽게 말해 화면 속 타격 하나하나에 '진짜 사람이 맞겠구나' 싶은 밀도가 실리는 무술입니다.

    가렛 에반스 감독은 이 실랏을 영화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롱테이크(Long Take) 방식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롱테이크란 컷 없이 카메라를 길게 끌고 가는 촬영 기법인데, 빠른 편집으로 시선을 속이는 대신 배우의 동선을 있는 그대로 길게 잡아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짧게 잘린 격투씬이 많은 요즘 영화들과는 타격의 무게감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30층짜리 아파트를 배경으로 설정한 것도 탁월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좁은 복도, 낡은 계단, 작은 방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공간 자체가 하나의 전투 변수로 작동합니다. 총알이 떨어지면 맨손으로, 맨손이 여의치 않으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무기가 되는 구조입니다. 특히 후반부에 이코 우웨이스와 야얀 루히안이 벌이는 일대일 격투는 출처: IMDb — 레이드: 첫번째습격에서도 평점 7.6을 받은 작품의 정점으로 꼽힐 만큼 밀도가 높습니다.

    이 영화 액션의 핵심 특징

    액션 영화라고 다 같은 액션이 아니라는 걸 이 영화가 증명합니다. 제가 보면서 특히 주목했던 포인트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실랏 기반의 근접 격투 — 와이어·CG 최소화, 배우의 실제 무술 실력이 그대로 노출됨
    • 롱테이크 연출 — 짧은 컷 편집 대신 움직임을 길게 담아 타격감과 현실감을 극대화
    • 공간 활용 — 좁은 복도와 계단을 전투 지형으로 삼아 매 장면마다 긴장감의 밀도가 다름
    • 타격음 설계 — 효과음 하나하나가 과장 없이 사실적으로 설계되어 있어 몰입감이 남다름
    요약: 실랏이라는 전통 무술과 롱테이크 촬영이 결합되어, 맨몸 격투의 타격감과 긴장감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것이 이 영화 액션의 본질입니다.

    스토리 없는 영화라는 시각 — 그게 약점인가 강점인가

    "스토리를 버린 영화"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 이야기를 중시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실제로 기댈 서사가 거의 없다는 점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 몇 분은 '이게 끝까지 이어지면 지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다 보니 이 단순함이 의도적인 설계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내러티브 경제성(Narrative Economy)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개념인데, 여기서 내러티브 경제성이란 스토리 요소를 최소한으로 압축해 관객의 집중력을 오직 하나의 감각 경험에만 집중시키는 서사 전략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이야기를 비워낸 자리에 액션만 남긴" 의도적인 선택입니다.

    실제로 영화 후반부로 가면 와휴라는 인물이 사실 부패 경찰이었다는 반전, 그리고 라마와 형 안디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감정선이 살짝 올라오기는 합니다. 완전히 빈 그릇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다만 그 감정선이 전면에 나서는 대신 어디까지나 액션의 배경 역할에 머뭅니다. 이걸 아쉽게 보느냐, 영리한 선택으로 보느냐는 결국 취향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출처: Rotten Tomatoes — The Raid: Redemption에서 이 영화는 비평가 지수 85%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 근거 대부분이 "순수 액션 영화로서의 완성도"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합니다. 스토리 부재를 단점으로 지적하면서도 결국 액션만으로 이 점수를 얻어냈다는 뜻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취향이 갈리는 지점이 명확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엔 남편과 나란히 앉아 숨 죽이고 집중했던 그 시간 자체가 꽤 값진 경험이었는데, 서사 중심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분들께는 끝까지 보는 게 고역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 간극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요약: 스토리를 의도적으로 비운 내러티브 경제성 전략은 액션 매니아에겐 강점이지만, 서사를 중시하는 관객에겐 분명한 약점으로 다가올 수 있어 취향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레이드 첫번째습격, 지금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2026년 7월 기준 티빙(TVING), 왓챠(WATCHA), 웨이브(Wavve) 세 곳 모두에서 관람 가능합니다. 2편인 <레이드 2: 반격의 시작>도 같은 플랫폼에서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 OTT 구독 상황에 맞춰 선택하면 됩니다.

     

    Q. 실랏이라는 무술이 실제로 저렇게 강한가요?

    A. 실랏(Pencak Silat)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수백 년에 걸쳐 발전한 실전 무술 체계입니다. 타격, 관절기, 도검술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성격이라 실전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영화적으로 연출된 부분도 물론 있기 때문에, 현실의 실랏과 영화 속 액션을 완전히 동일시하기보다는 기반 무술이 실랏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보는 게 좋습니다.

     

    Q. 스토리가 너무 단순하다는데, 그래도 볼 만한가요?

    A. 스토리 중심으로 영화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다소 힘겨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고, 저도 그 부분은 솔직히 인정합니다. 반면 순수하게 액션 자체의 완성도와 타격감을 즐기는 분들께는 이 단순함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101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짧지 않기 때문에, 미리 이 영화의 성격을 알고 보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Q. 2편도 1편만큼 재미있나요?

    A. 2편 <레이드 2: 반격의 시작>(2014)은 같은 감독 가렛 에반스와 주연 이코 우웨이스가 함께합니다. 1편과 달리 조직 침투 스파이 스릴러 형식으로 서사 비중이 높아져, 오히려 스토리가 빈약하다고 느꼈던 분들이 더 만족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두 편의 성격이 꽤 다르기 때문에 1편을 보고 취향에 맞으면 2편도 이어보는 식이 무난합니다.

     

    결론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액션이라는 장르가 이렇게까지 집중력 있는 경험을 줄 수 있구나"를 새삼 느꼈습니다. 평소 서사 중심의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라 처음엔 걱정이 앞섰는데, 실랏 특유의 날것 같은 타격감과 롱테이크 연출이 주는 생생함이 그 빈자리를 충분히 채웠습니다.

    액션 영화를 자주 보는 분들에게는 두말할 것 없이 필수 관람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이야기가 없으면 영화 보는 내내 무료하다고 느끼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에 대해 "액션 원툴"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선택하는 게 서로에게 솔직한 방식일 것 같습니다. 보고 싶다면 티빙·왓챠·웨이브 중 이미 구독 중인 OTT에서 바로 재생하면 됩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mangowith/224332653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