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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하면서 드라마나 예능을 보는 게 낙입니다. 이번에는 티빙에 새로 소개된 내가 떨릴 수 있게 1화를 샤워하면서 시청했는데요, 무거운 스릴러도 아니고, 머리 굴려야 하는 미스터리도 아니고, 그냥 가볍게 웃으면서 피로가 풀릴 만한 로맨틱 코미디. 저도 딱 그날 저녁 그 상태였는데, 티빙에서 눈에 띈 썸네일 하나가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10월 15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내가 떨릴 수 있게>, 그리고 그 안에 남지현과 김재영 두 배우의 얼굴이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공식을 비틀다 — 기획 의도와 소재
로맨틱 코미디(로코)는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장르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단순히 "오해→화해→사랑"으로 이어지는 삼단 구조만으로는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아졌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내가 떨릴 수 있게>가 선택한 카드가 눈에 띕니다.
이 드라마의 핵심 갈등 축은 '사랑 없이는 관계를 시작하지 않는 여자'와 '사랑 없이도 관계를 잘 하는 남자'의 충돌입니다. 여기서 '관계'라는 단어는 단순히 연애 관계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정서적 친밀감보다 신체적 친밀감을 먼저 허용할 수 있느냐는 가치관의 차이까지 포함합니다. 이 대비 구도를 '종갓집 장녀 마케터 vs 성인용품 스타트업 대표'라는 직업적 설정으로 시각화한 것이 꽤 영리하다고 느꼈습니다.
연출은 김예지 감독, 극본은 안새봄 작가가 맡았습니다. 여기에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로 잘 알려진 강은경 작가와 <내성적인 보스>, <히어로는 아닙니다> 등을 쓴 주화미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습니다. 크리에이터란 드라마의 세계관과 방향성 전반을 설계하는 역할로, 쉽게 말해 드라마의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획자에 가깝습니다. 두 작가 모두 장르적 흡입력과 감성적 완성도를 동시에 잡아온 이력이 있어, 이 조합이 만들어낼 시너지가 상당히 기대됩니다.
원작 웹툰이나 소설 없이 순수 오리지널 극본으로 제작됐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원작 팬층의 기대치 관리라는 부담 없이 이야기를 자유롭게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이 오히려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어 더 몰입하게 되는 요인이 된다고 봅니다.
- 공개 방식: 10월 15일 1~4화 선공개, 이후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2화씩 공개 (총 10부작)
- 연출: 김예지 감독 / 극본: 안새봄 작가 / 크리에이터: 강은경·주화미 작가
- 원작 없는 순수 오리지널 드라마로, 이야기 방향이 완전히 열려 있음
- 관람 가능 플랫폼: 티빙 단독 공개 (출처: 티빙 공식 홈페이지)
남지현, 22년 경력이 만들어낸 유교걸의 온도
저는 솔직히 남지현 배우에 대해 오랫동안 '아역 출신'이라는 인상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2004년 <사랑한다 말해줘>로 데뷔해 올해로 22주년이라는 게 숫자로는 알겠는데, 막상 그게 체감이 안 됐던 겁니다. 그런데 1화를 틀고 5분도 안 돼서 그 선입견이 무너졌습니다.
공연수라는 캐릭터는 단순히 '보수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뼈대 있는 종갓집 장녀로 자라면서 전통과 예법이 삶의 기준으로 내면화된 인물입니다. 이런 캐릭터는 자칫 답답하고 고루하게만 보일 수 있는데, 남지현은 그 안에 사랑스러운 당혹감과 은근한 고집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캐릭터의 레이어(layer), 즉 한 인물이 가진 복수의 감정적 층위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능력이 지금 이 배우의 강점이라고 느꼈습니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작은 아씨들>(2022), <굿파트너>(2024) 등 최근 작품들에서 꾸준히 성숙한 연기 폭을 넓혀왔습니다. 특히 <굿파트너>에서의 모습은 법정 드라마라는 무거운 장르 안에서도 단단하게 중심을 잡는 연기였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그 연기 내공이 이번 로코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직접 보니, '이 배우는 장르를 타지 않는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역에서 출발해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22년을 버텨온 배우가 이 시점에 로맨틱 코미디의 정중앙에 서 있는 그림, 제가 보기엔 꽤 잘 어울립니다.
김재영, 빌런과 로맨스 사이 — 독고달이라는 캐릭터
김재영이라는 배우를 처음 의식하게 된 건 영화 <돈>(2019)에서였습니다. 류준열이 연기한 주인공 옆에서 친구 전우성으로 등장했는데, 짧은 분량임에도 존재감이 남달랐습니다. 그러다 <백일의 낭군님>에서 남지현과 남매로 나왔을 때, 이 배우가 가진 따뜻한 감성 연기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두 가지 기질이 합쳐진 것 같은 캐릭터인 독고달을 연기합니다.
독고달은 성인용품 스타트업의 대표입니다. 스타트업(startup)이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빠른 성장을 목표로 하는 초기 단계의 기업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단순한 직업 설정을 넘어 그의 가치관 자체를 상징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사랑보다 교감이 먼저일 수 있다는 생각, 그걸 사업으로도 구현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캐릭터의 내적 논리가 탄탄합니다.
주목할 만한 이력도 있습니다. 2025년 기준으로 <범죄도시5>에 메인 빌런으로 출연이 예정돼 있습니다.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 시리즈는 국내 극장가에서 시리즈 누적 관객 수 4,000만 명을 돌파한 대형 프랜차이즈 IP입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그 시리즈의 빌런을 맡는다는 건, 김재영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산업 안에서 어느 수준으로 올라왔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1~2화를 보니, 독고달은 생각보다 훨씬 입체적으로 그려집니다. 개방적인 가치관을 가졌지만 경박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솔직한 인물입니다. 공연수와의 충돌 장면에서 김재영이 만들어내는 리듬이 꽤 자연스러워서, 이 케미가 회를 거듭할수록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가 됩니다.
8년 만의 재회 케미, 그리고 조연진의 완성도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남지현과 김재영의 이번 조합이 화제가 된 이유는 단순히 두 배우가 출연해서가 아닙니다. 2018년 방영된 <백일의 낭군님>에서 두 사람은 남매로 호흡을 맞췄습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26년, 이번엔 연인 관계로 다시 만난 겁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남매였던 두 사람이 연인으로 재등장한다는 설정 자체가 일종의 메타적 재미(이미 알고 있는 배우 간의 관계를 새로운 맥락에서 즐기는 방식)가 됩니다.
제가 직접 1화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이 두 배우 사이에 묘한 편안함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본 적 없는 배우들이 연인으로 만나면 종종 어색한 거리감이 화면에 배어나오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 어색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극 중 두 인물의 관계가 아직 초반이라 긴장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 긴장감조차 배우들 사이의 실제 친밀감에서 비롯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출된 부분이 있어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조연진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걸스데이 출신으로 배우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박소진이 공연수의 친한 선배 진세라 역을 맡았습니다. 박소진은 <스토브리그>(2019~2020)와 <환혼>(2022) 등에서 쌓은 앙상블 연기 경험이 있어, 주인공의 감정선을 곁에서 받쳐주는 역할에서 신뢰할 수 있는 배우입니다. 또한 <귀공자>와 <파친코2>로 얼굴을 알린 강태주가 독고달의 오랜 친구이자 회사 부사장 윤지오 역을 맡아 극의 균형을 잡습니다.
전반적으로 메인 캐릭터와 조연의 밀도 차이가 크지 않아서, 드라마가 특정 인물에 쏠리지 않고 여러 관계의 이야기를 함께 굴려갈 수 있는 구조라고 판단됩니다. 2화까지 본 소감으로는, 이 앙상블이 회를 거듭하면서 더 빛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내가 떨릴 수 있게는 몇 부작이고 언제 다 공개되나요?
A. 총 10부작입니다. 2026년 10월 15일에 1~4화가 선공개됐고, 이후 매주 목요일 오후 6시에 2화씩 추가 공개됩니다. 공개 방식이 주간 연재 형식이라 매주 목요일이 사실상 본방 사수 타이밍이 됩니다.
Q. 내가 떨릴 수 있게 원작 웹툰이 있나요?
A. 원작 없는 순수 오리지널 드라마입니다. 안새봄 작가가 극본을 집필했고, 강은경·주화미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세계관을 설계했습니다. 원작 팬덤의 기대치 간섭 없이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결말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묘미 중 하나입니다.
Q. 남지현 김재영이 예전에 같이 나온 드라마가 있나요?
A. 있습니다. 2018년 MBC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에서 두 배우가 남매로 함께 출연한 이력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약 8년 만에 이번 <내가 떨릴 수 있게>에서 연인 관계로 재회한 것입니다. 남매였던 배우들이 연인으로 재등장한다는 설정이 당시 시청자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줍니다.
Q. 티빙 말고 다른 OTT에서도 볼 수 있나요?
A. 현재까지는 티빙 단독 공개입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됐기 때문에 넷플릭스나 웨이브 등 다른 플랫폼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공개 이후 타 플랫폼 공급 여부는 별도로 발표가 있어야 확인 가능합니다.
결론
저는 사실 큰 기대 없이 틀었습니다. 그냥 저녁 한 캔 맥주와 함께 가볍게 볼 로코 한 편 정도를 원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2화가 끝나고 나니 다음 화 공개일을 달력에 적고 싶어졌습니다. 그게 이 드라마가 제게 남긴 가장 정직한 평가입니다.
파격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무겁거나 자극적으로 흐르지 않고, 가치관이 다른 두 사람이 부딪히고 이해해 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방식이 이 드라마의 핵심 강점입니다. 남지현의 성숙한 연기, 김재영의 입체적인 캐릭터 소화, 탄탄한 조연진의 앙상블이 맞물린 결과물이라 앞으로 남은 화들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합니다. 먼저 1~4화 선공개분을 확인해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