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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한국 코미디 영화라면 손사래부터 치던 저희 부부가 조조 첫 회차를 끊었습니다. 그것도 개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요. 내향형 배우로 유명한 강동원, 박지현, 엄태구가 90년대 아이돌 그룹으로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이 동했고, 예고편 뮤직비디오 한 편이 그 문턱을 넘게 만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극장 문을 나서는 내내 OST를 흥얼거리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줄거리 : 재결합, 20년 만에 다시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와일드씽>은 혼성 그룹 '트라이앵글'의 재결합을 다룹니다. 댄스 머신 황현우, 보컬 도미, 래퍼 상구. 이 세 사람은 데뷔하자마자 팬덤을 형성했지만, 표절 의혹과 소속사 사장 박영구의 비리로 인해 허무하게 해체되고 맙니다. 20년이 흐른 뒤, 각자의 삶에서 치이며 살아가던 이들에게 '강원 엑스포 유치기원 콘서트' 출연 제의가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재결합(reunion)이라는 설정 자체는 어딘가 익숙합니다. 여기서 재결합이란 단순히 무대에 다시 서는 것이 아니라, 해체 당시의 상처와 오해를 끌어안고 다시 한 팀이 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뻔한 전개겠지' 싶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생각보다 캐릭터들의 현재 삶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몰입이 빨랐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90년대 아이돌 산업의 구조적 문제, 이른바 기획사 갑질과 수익 분배 불투명성 같은 부분은 허구가 아니라 실제 한국 연예계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현실이기도 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0년대 이전 연예 기획사 계약 관행은 불공정 조항이 표준화되어 있을 정도였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영화가 단순 코미디에 그치지 않고 그 시절 아이돌들이 겪었던 구조적 문제를 비틀어 녹여낸 것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 트라이앵글의 해체 원인 — 표절 의혹 + 소속사 사장 박영구의 비리
    • 20년 후 재결합의 계기 — 강원 엑스포 유치기원 콘서트 출연 제의
    • 재결합 후 위기 — 문제의 박영구와 다시 얽히며 위협받는 컴백
    요약: 해체와 재결합이라는 익숙한 설정 뒤에, 90년대 연예계의 불공정 구조를 꽤 날카롭게 녹여낸 영화입니다.

    관전포인트: 90년대 감성, 배우들이 직접 만들어낸 온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유튜브 예고편에서 배우들이 직접 노래하고 춤추는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서야 극장 예매를 결심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그게 단순한 홍보용 퍼포먼스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강동원, 박지현, 엄태구가 만들어내는 90년대 아이돌의 질감은, 그 시절 아이돌을 직접 소비했던 세대에게 꽤 정확하게 맞아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페르소나(persona)라는 개념을 잠깐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페르소나란 배우가 특정 역할을 위해 구축하는 외적 이미지와 태도를 의미합니다. 평소 내향적이고 절제된 이미지로 알려진 이 세 배우가 과장된 표정과 과잉 에너지로 무장한 90년대 아이돌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페르소나 전복(subversion)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원래 알던 배우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어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만,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 OST는 종종 들러리 취급을 받곤 하는데, 이 영화는 달랐습니다. 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선곡들이 장면 장면과 맞물리며 감정선을 끌어올렸고, 배우들이 직접 소화한 보컬과 댄스 퍼포먼스가 그 효과를 배가시켰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 자료에 따르면, 관객 만족도에서 OST가 재관람 의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이 영화는 그 공식을 정확히 따른 셈입니다.

    오정세 배우의 코믹 감초 연기는 따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연 세 명의 무게를 받쳐주는 앙상블(ensemble), 즉 조연들이 유기적으로 호흡을 맞추며 극 전체의 리듬을 살려주는 구조가 잘 갖춰져 있었는데, 오정세가 그 중심을 잡아줬습니다. 오랜만에 진짜로 깔깔 웃으면서 봤습니다.

    요약: 배우들의 페르소나 전복과 90년대 OST의 시너지가 이 영화를 단순 코미디 이상으로 만들어주는 핵심입니다.

    총평: 킬링타임, 그 이상을 원하는 분께 드리는 솔직한 평

    그때 느낀 건, 이 영화가 단순히 웃기려고만 만든 작품은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뻔한 컴백 서사일 것 같았던 결말은 예상 밖의 방향으로 마무리되었고, 20년 전 라이벌이었던 최성곤이 합류하는 전개는 '반전 아닌 반전'으로 꽤 유쾌하게 소화됩니다. 저는 영화 보는 내내 다음 장면을 예측하려다가 여러 번 빗나갔습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여기서 카타르시스란 억눌린 감정이 예술 경험을 통해 해소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사회 분위기가 무겁고 안 좋은 소식들이 연일 쏟아지던 시기에, 이 영화가 건네는 웃음이 그런 의미에서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웃고 싶어서 갔는데, 나오면서 묘하게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봐봤는데, 킬링타임용이라고만 부르기엔 조금 아깝습니다. 물론 심오한 메시지를 기대하고 들어가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90년대를 실제로 경험한 세대라면 그 시절 감성이 스크린에서 튀어나오는 순간 반응이 다를 것이고, 그 세대를 전혀 모르는 분들도 배우들의 에너지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구성입니다.

    • 이런 분께 추천 — 90년대 아이돌 문화에 추억이 있는 분, 가볍고 유쾌한 영화가 필요한 분
    • 이런 분께도 괜찮음 — 강동원·박지현·엄태구의 새로운 면을 보고 싶은 분
    • 기대치 조절 필요 — 탄탄한 스토리 구조나 깊은 감동을 원하는 분은 가볍게 접근하는 편이 좋습니다
    요약: 킬링타임 이상, 메시지 영화 미만의 딱 그 자리에 있는 영화로, 지금 같은 시기에 꽤 유효한 선택입니다.

    피곤하고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굳이 조조로 시간을 냈는데, 후회가 없었습니다. 극장 문을 나서면서 남편이랑 둘 다 영화 속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으니까요. 보고 나서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는 영화가 필요하다면, 이 영화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극장에서 보는 것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고, OTT로 풀리면 가볍게 한 번 더 봐도 좋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0nVg2_m6V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