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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름 하나만 믿고 극장까지 달려간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솔직히 탁구 소재 영화라는 말에 한 번 접었다가,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이라는 소식에 바로 주말 예매 버튼을 눌렀거든요. CGV 명당 자리에 앉아 본 영화 <마티 슈프림>은,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 변신,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여리고 서정적인 소년, <듄>의 묵직한 영웅, 심지어 <웡카>의 몽상적인 초콜릿 장인까지. 티모시 샬라메가 거쳐온 배역들을 쭉 떠올려 보면, 어딘가 공통적으로 '호감형'이라는 인상이 남아 있지 않나요? 그런데 이번 마티 마우저는 그 틀을 완전히 깨버렸습니다.
마티는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 정상을 향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인물입니다. 실존 탁구 선수인 마티 라이스먼을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인데, 오만하고 충동적이며 자기 목적을 위해서라면 사기도, 도둑질도 서슴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인물이 '나쁜 주인공'이면서도 눈을 뗄 수 없다는 묘한 흡인력이었습니다. 끊임없이 말하고 꾸미고 밀어붙이는 모습이 어딘가 <소셜 네트워크>의 마크 저커버그를 연기한 제시 아이젠버그를 떠올리게 했어요.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는 단순한 악역 소화가 아니라 캐릭터의 집착과 결핍을 내면에서부터 끌어올리는 방식이었습니다. 영화계에서는 이런 연기 방식을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라고 부릅니다. 메소드 연기란 배우가 캐릭터의 심리 상태를 실제로 내면화하여, 감정을 외부에서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하는 연기 기법입니다. 마티가 삼촌 금고에서 몰래 돈을 꺼내는 장면, 심판위원 세티에게 따지는 장면, 그리고 록웰에게 굴욕적인 라켓 구타를 당하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표정까지 — 그 어느 순간도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아무리 티모시라도 탁구 영화에서 얼마나 강렬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러닝타임 내내 시선이 그에게 고정되어 있더라고요. 특히 일본에서 엔도와의 이벤트 경기에서 각본을 뒤엎고 관객들에게 진심 승부를 선언하는 장면은, 마티라는 인물의 자존심과 광기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순간이라 소름이 돋았습니다.
기네스 펠트로가 연기한 케이 스톤과의 관계도 흥미로운 축이었습니다. 케이는 왕년의 영화배우에서 잉크 회사 회장의 아내로 전락한 인물로, 마티와의 관계에서 묘하게 서로의 결핍을 채우는 구도를 만들어냅니다. 두 배우의 호흡에서 나오는 긴장감과 기묘한 유대감은, 영화의 여러 장면 중에서도 오래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 기존 호감형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진 파격적인 캐릭터 선택
- 메소드 연기 기법을 통해 집착과 결핍을 내면에서 끌어올린 표현력
- 기네스 펠트로와의 긴장감 있는 연기 호흡
- 이전작 <컴플리트 언노운>의 밥 딜런에 이어 다시 한번 증명한 넓은 연기 스펙트럼
조쉬 사프디의 연출, 탁구 영화가 맞긴 한 건가요
영화 홍보 문구에 '탁구'가 들어가 있다 보니, 저처럼 스포츠 드라마 공식을 기대한 분들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혹독한 훈련을 거쳐 강적을 꺾고 눈물 흘리는 그 클리셰 말이죠. 그런데 <마티 슈프림>은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조쉬 사프디 감독은 형제 감독 팀인 사프디 형제(Safdie Brothers)의 일원으로, <굿 타임>(2017)과 <언컷 젬스>(2019)를 통해 뉴욕의 날것 에너지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기는 연출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사프디 형제는 서로 연출을 분리하기로 선언하였고, 동생 베니 사프디는 <더 스매싱 머신>을 홀로 연출하였으며, 형 조쉬 사프디가 이번 <마티 슈프림>을 들고 돌아온 것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형제가 각자 독립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각자의 색깔이 얼마나 달라질지 궁금했는데, 조쉬 사프디는 여전히 자신만의 리듬을 유지하고 있었거든요.
그 리듬을 설명하자면, 바로 리드미컬한 편집(Rhythmic Editing)입니다. 리드미컬한 편집이란 장면과 장면 사이의 전환 속도와 호흡을 음악적 박자처럼 조율하여 관객의 긴장감을 끊임없이 유지하는 편집 기법으로, 단순히 빠른 편집과는 다릅니다. <마티 슈프림>에서는 마티가 삼촌 금고에서 돈을 훔치고, 영국으로 날아가고, 케이 스톤과 얽히고, 일본으로 건너가는 일련의 사건들이 마치 한 편의 재즈 즉흥 연주처럼 흘러갑니다. 2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 탁구 팬이거나 정통 스포츠 서사를 기대한다면 분명 아쉬울 수 있습니다. 마티가 어떻게 탁구 천재가 되었는지, 결승에서 패배한 뒤 어떤 각도에서 실력을 갈고닦아 재도전에 성공했는지 같은 맥락이 영화 안에서 거의 제공되지 않습니다. 엔도에 대한 파훼법을 찾거나 처절한 훈련을 통해 재기하는 장면 없이 마티가 최종 승리를 거두는 결말은, 상징적으로는 납득이 가면서도 '탁구 영화'로서의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티 슈프림>과 조쉬 사프디의 전작 <언컷 젬스>를 나란히 놓고 보면 흥미로운 대비가 생깁니다. <언컷 젬스>의 하워드는 욕망을 끝까지 추구하다 파국을 맞이하는 반면, 마티는 목표를 달성한 뒤 광기가 빠져나간 자리에 인간성이 들어서는 구조입니다. 마티가 레이첼이 낳은 아이를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마지막 장면은, 물리적으로 살아있지만 비범했던 자아가 사망 선고를 받은 순간처럼 읽혔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무거운 순간이었습니다.
참고로 조쉬 사프디의 연출 스타일과 미장센(Mise-en-scène)에 대한 분석은 영화 전문 매체에서도 꾸준히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미장센이란 카메라 앵글, 조명, 세트, 배우의 배치 등 화면 안에 담기는 모든 시각적 요소를 연출자가 의도적으로 배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티 슈프림>의 1950년대 뉴욕과 도쿄를 오가는 빈티지한 색감과 공간 구성은 이 미장센의 완성도가 높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관련 평론은 출처: RogerEbert.com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존 인물 마티 라이스먼의 탁구 선수 경력과 당시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 역사에 대한 정보는 출처: 국제탁구연맹(ITTF) 공식 사이트에서 배경 지식으로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티 슈프림은 실화 기반 영화인가요?
A. 네, 실존 탁구 선수인 마티 라이스먼을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다만 주인공 이름은 마티 마우저로 바뀌었고, 실제 인물의 삶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그의 성격과 집착을 바탕으로 극적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실제 마티 라이스먼이 어떤 선수였는지 궁금하다면, 국제탁구연맹 기록을 함께 찾아보시면 영화가 더 풍성하게 읽힐 겁니다.
Q. 탁구를 모르면 영화를 이해하기 어렵나요?
A.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탁구 기술이나 규칙에 대한 설명은 영화 안에 거의 없습니다. 이 영화는 스포츠 전술보다는 주인공 마티의 욕망, 사기, 인간관계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탁구를 전혀 몰라도 마티라는 인물의 매력과 광기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습니다.
Q. 언컷 젬스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도 재밌을까요?
A. 높은 확률로 그렇습니다. 두 영화 모두 '착하지 않은 주인공이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사고를 치는' 구조이고, 조쉬 사프디 특유의 리드미컬한 편집과 긴장감 유지 방식이 이번 작품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다만 <언컷 젬스>가 좀 더 파국적인 결말로 치닫는다면, <마티 슈프림>은 목표 달성 이후의 인간적 공허감 쪽으로 마무리됩니다.
Q. 러닝타임 2시간 30분인데 지루하지 않나요?
A.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2시간 30분이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마티가 연루되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 하나하나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다만 중후반부에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이 있어, 집중력이 다소 요구되는 편입니다.
결론
배우 이름 하나에 이끌려 들어간 극장에서 예상보다 훨씬 깊은 인상을 받고 나온 경험, 꽤 오랜만이었습니다. <마티 슈프림>은 감동적인 스포츠 역경 극복 서사를 기대한다면 분명히 실망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기대를 배신하는 방식이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티모시 샬라메의 메소드 연기와 조쉬 사프디의 리드미컬한 편집, 그리고 1950년대 뉴욕과 도쿄를 오가는 미장센이 맞물려 만들어내는 흡인력은 확실합니다. 탁구 서사의 깊이가 다소 얕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성공에 집착한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날것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서는 충분한 완성도입니다. 티모시 샬라메 팬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조쉬 사프디의 전작을 즐겁게 보셨던 분이라면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