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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거의 잊고 있었습니다. 2018년 남편과 극장에서 손 잡고 봤던 데이트 영화였는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세세한 장면들이 전부 흐릿해져 버렸거든요. 그러다 나홍진 감독 신작에서 알리시아 비칸데르를 다시 마주치고, 넷플릭스 라인업에 딱 이 영화가 올라와 있는 걸 보는 순간 손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그 시절 설렘이 고스란히 돌아오는 느낌이었어요.



    데이트 영화로 봤던 리부트, 그 시절 기억

    2018년 개봉한 영화 <툼레이더>는 동명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원작으로 한 리부트(Reboot) 작품입니다. 여기서 리부트란 기존 시리즈의 설정을 유지하면서도 처음부터 새롭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2001년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원작을 새로운 배우와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빚어낸 셈이죠.

    그때 저는 이 영화를 그냥 '블록버스터 액션 한 편 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게임 원작인 줄도 잘 모르고 봤으니까요. 그런데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스크린에 등장하는 순간, 안젤리나 졸리의 완성형 라라와는 완전히 다른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다치고 넘어지고 두려움에 떠는, 그러나 절대 포기하지 않는 라라였거든요.

    제작비 약 9,400만 달러가 투입됐고 전 세계에서 약 2억 7,5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한 작품입니다(출처: IMDb). 상업적으로는 나름 성공한 영화지만, 당시 평단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그 온도 차가 꽤 흥미로웠는데, 저도 처음 볼 때는 그냥 재밌다 정도였다가 다시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요약: 리부트 방식으로 새롭게 탄생한 2018년 툼레이더는 안젤리나 졸리와는 전혀 다른 결의 라라 크로프트를 선보인다.

     

    출연진과 캐릭터, 각자의 무게감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당연히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라라 크로프트입니다. 그녀는 <대니쉬 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인데, 제가 처음 이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아카데미 수상 배우가 액션 블록버스터에? 싶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그 우려가 완전히 기우였습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이 작품을 위해 강도 높은 신체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폭포에서 추락한 뒤 낡은 비행기 잔해에 매달리는 장면은 게임 특유의 긴박감을 고스란히 살렸고,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뒤 충격을 받는 표정 연기는 완벽한 영웅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라라를 설득력 있게 담아냈습니다.

    조연 캐릭터들도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라라 크로프트 (알리시아 비칸데르):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야마타이섬까지 뛰어드는 주인공.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생존형 영웅
    • 리처드 크로프트 (도미닉 웨스트): 라라의 아버지이자 히미코 여왕 연구에 일생을 바친 인물. 딸을 위해 모든 것을 감추고 섬에 숨어 있었다
    • 마티아스 보겔 (월턴 고긴스): 비밀 조직 트리니티의 간부로 히미코의 무덤을 노리는 냉혹한 악역. 다만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다
    • 루 렌 (다니엘 우): 라라와 함께 야마타이섬으로 향하는 선장이자 조력자
    • 아나 밀러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리처드의 사업 파트너로, 결말에서 반전의 단서가 되는 인물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건 악역 보겔이었습니다. 월턴 고긴스는 분명 좋은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는 조직의 배경이 너무 얕게 다뤄져서 캐릭터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요약: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인간적인 라라가 이 영화의 핵심이며, 조연들은 각자 역할을 했지만 악역의 깊이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줄거리, 히미코 여왕의 비밀을 따라가다

    이야기는 런던에서 자전거 배달 일을 하며 살아가는 라라로부터 시작됩니다. 7년 전 실종된 아버지 리처드가 살아 있다고 믿기에 막대한 유산 상속도 거부한 채로요. 제가 처음 이 설정을 봤을 때는 다소 낯설었는데, 돌아보면 바로 이 선택이 라라를 현실적인 인물로 만드는 출발점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유품에서 단서를 찾은 라라는 비밀 연구실에서 고대 일본의 히미코(卑弥呼) 여왕에 관한 자료를 발견합니다. 히미코는 실제 역사 기록에도 등장하는 고대 야마타이국의 지배자로, 영화는 이 역사적 인물에 픽션적 설정을 더해 이야기를 확장합니다. 홍콩에서 선장 루 렌을 만나 야마타이섬으로 향하지만, 폭풍으로 배가 난파되며 트리니티(Trinity) 조직의 간부 보겔에게 붙잡히고 맙니다. 여기서 트리니티란 히미코의 능력을 무기화하려는 비밀 조직을 말합니다.

    탈출에 성공한 라라는 죽은 줄만 알았던 아버지와 극적으로 재회합니다. 아버지는 무덤이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해 7년이나 섬에 숨어 지내고 있었던 겁니다. 그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라라가 가져온 연구 자료가 오히려 보겔에게 결정적인 단서가 되어버립니다. 이 반전이 꽤 쓴맛이 나는 전개였어요.

    결국 보겔은 무덤 입구를 찾아내고 라라와 리처드를 협박해 문을 열게 합니다. 수많은 부비 트랩(Booby Trap), 즉 침입자를 해치기 위해 설치된 함정들을 통과하며 일행은 마침내 히미코의 석관에 다다릅니다.

    요약: 아버지를 찾아 나선 라라의 여정이 고대 히미코 여왕의 비밀과 맞닿으며,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결말과 후속편 무산, 그래도 남은 것들

    석관을 열었을 때 드러난 반전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이었습니다. 히미코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여왕이 아니라 치명적인 병원체(Pathogen)의 보균자였습니다. 병원체란 세균·바이러스처럼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뜻하는데, 히미코는 이 병원체가 세상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무덤에 갇힌 희생적인 인물이었던 겁니다. 이 설정이 꽤 마음에 걸렸습니다. 단순한 보물 영화가 아니라 '무엇을 지키기 위한 희생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었거든요.

    보겔은 병원체를 생물학 무기로 이용하려 하지만, 이를 막으려던 라라의 아버지 리처드가 감염됩니다. 리처드는 병원체 확산을 막기 위해 무덤과 함께 목숨을 잃는 선택을 합니다. 라라는 히미코의 손가락으로 보겔을 감염시켜 제압한 뒤 간신히 탈출합니다. 이 장면은 제가 직접 다시 봤을 때 처음보다 훨씬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당시엔 그냥 클라이맥스 액션으로만 봤는데, 두 번째엔 아버지가 선택한 희생의 무게가 먼저 느껴졌거든요.

    런던으로 돌아온 라라는 아버지의 사업과 트리니티 조직이 연결되어 있으며, 사업 파트너 아나 밀러도 조직원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전당포에서 쌍권총을 구입합니다. 게임 속 라라 크로프트의 상징인 쌍권총이 등장하며 그녀가 진정한 툼레이더(Tomb Raider)로 거듭났음을 암시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툼레이더란 고대 유적과 무덤을 탐사하는 모험가를 일컫는 말입니다.

    다만 후속편을 암시하는 이 결말과 달리,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출연하는 속편은 결국 제작이 무산됐습니다. 대신 소피 터너를 새로운 라라 크로프트로 내세운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실사 드라마가 제작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출처: 로튼토마토).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큽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라라가 성장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었거든요.

    요약: 히미코의 정체와 아버지의 희생이라는 반전이 결말의 핵심이며, 쌍권총 등장으로 진정한 툼레이더의 탄생을 알리지만 속편은 무산됐다.

     

    자주 묻는 질문

    Q. 툼레이더 2018은 게임을 먼저 알아야 재미있게 볼 수 있나요?

    A. 저도 게임을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봤는데 전혀 문제없었습니다. 게임 원작의 분위기와 설정을 영화 안에서 충분히 설명해 주기 때문에, 사전 지식 없이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게임을 아는 분들이라면 쌍권총 등장 같은 디테일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Q. 안젤리나 졸리 버전과 알리시아 비칸데르 버전 중 어떤 게 더 낫나요?

    A. 제 경험상 이건 취향 차이에 가깝습니다. 안젤리나 졸리의 라라는 처음부터 압도적인 완성형 영웅이고,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라라는 두려움과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인간적인 캐릭터입니다. 화려한 카리스마를 원하면 졸리 버전, 현실적인 생존 드라마를 원하면 비칸데르 버전이 더 맞을 것입니다.

     

    Q. 툼레이더 2018 후속편은 언제 나오나요?

    A.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출연하는 속편은 안타깝게도 제작이 무산됐습니다. 현재는 소피 터너를 새로운 라라 크로프트로 내세운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실사 드라마가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한 공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니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Q. 영화 속 히미코 여왕은 실제 역사 인물인가요?

    A. 네, 히미코는 실제로 3세기 일본 야마타이국을 다스렸다고 전해지는 역사적 인물입니다. 다만 영화에서의 병원체 보균자 설정은 순전히 픽션입니다. 역사 기록에는 그녀의 신비로운 능력에 대한 언급이 있어 각종 창작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결론

    다시 보고 나서 제 생각은 조금 정리됐습니다. 이 영화는 완벽한 작품이 아닙니다. 이야기 전개가 익숙하고 악역의 깊이가 아쉬운 건 사실이에요. IMDb 6.3점, 로튼토마토 평론가 52%라는 점수가 그 평가를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알리시아 비칸데르 한 명만으로도 볼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버텨내는 인간적인 라라의 생존기는, 완성형 영웅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감정을 건드립니다.

    남편과 함께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와 혼자 다시 봤을 때의 감상이 달랐던 것처럼, 이 영화는 어떤 마음으로 앉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힙니다. 가볍게 액션 영화를 즐기고 싶은 분이든,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연기가 궁금한 분이든 한 번쯤 넷플릭스에서 틀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jakeunji333/224437734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