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SBS 《내 남은 연애》는 투병 경험을 가진 2030 청춘 8명이 출연하는 연애 리얼리티로, 2026년 8월 3일 첫 방송됐습니다. 방영 전부터 '시한부 연프'라는 말이 돌 정도로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는데, 제 솔직한 첫 반응도 기대보다는 걱정에 가까웠습니다. 직접 1회를 보고 나서야 그 마음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투병일지 공개, 예상 밖의 눈물 버튼
일반적으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나이, 직업, 외모로 첫 판을 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대부분의 연프가 그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저도 《내 남은 연애》가 비슷한 방식으로 시작할 거라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출연자 8명이 가장 먼저 공개한 것은 나이도 직업도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앓았던 병명과 투병 기간이었습니다.
이 '투병 일지' 공개 방식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출연자마다 진단명과 현재 상태가 모두 달랐는데, 그 온도 차가 오히려 더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한도곤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2기를 이겨내고 현재 완치 상태입니다. 여기서 DLBCL이란 B림프구에서 발생하는 악성 림프종의 일종으로, 국내 림프종 환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혈액암입니다(출처: 국립암정보센터). 반면 김륜기는 위암으로 위 전절제 수술을 받은 뒤 방송 당시까지도 항암 치료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위 전절제란 위를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로, 이후 식도와 소장을 직접 연결해 소화 기능을 이어가야 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수술 전 병실에서 만난 어르신이 "먹고 싶은 것 다 먹어두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보는 내내 가슴에 걸렸습니다.
김종은의 경우는 또 달랐습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진단 후 골수 이식을 받았지만, 이식편대숙주병(GVHD)이라는 심각한 합병증이 찾아왔습니다. GVHD란 이식된 골수의 면역세포가 환자 자신의 신체 조직을 공격하는 현상으로, 폐 기능 저하, 관절 구축, 눈물샘 손상 같은 전신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피로 만든 혈청 안약을 매일 사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병을 이겨냈다고 해서 이전의 삶으로 온전히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 출연자가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서로빈은 골수 이형성 증후군(MDS) 진단 후 친언니에게 골수를 이식받았습니다. MDS란 골수에서 혈액 세포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혈액 질환으로, 백혈병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고민도 없이 "너를 살려야지"라고 했다는 언니의 말 한마디에 화면 속 출연자들도, 저도 같이 무너졌습니다. 삭발 후 자기혐오를 경험했다는 고백까지 이어지면서, 투병이 몸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출연자들이 현재 서 있는 지점이 모두 다르다는 것, 그게 이 코너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 한도곤 —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2기, 항암·방사선 치료 후 완치
- 김선호 —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4기, 군 복무 중 발병, 5년 경과 관찰 후 완치
- 김륜기 — 위암, 위 전절제 수술 후 현재도 항암 치료 진행 중
- 김종은 — 급성 골수성 백혈병, 골수 이식 후 이식편대숙주병 후유증
- 서로빈 — 골수 이형성 증후군, 언니에게 골수 이식, 생애 첫 연애 도전
- 정예지 — 급성 골수성 백혈병, 위중했던 순간 경험, 방송 통해 투병 사실 처음 공개
- 강민영 — 중학교 1학년 때 골육종암 말기, 다리 절단 위기 극복 후 인공뼈 삽입
- 김나영 — 청신경초종(뇌종양), 한쪽 청력 거의 소실, 현재도 종양 치료 중
포맷과 시간의 방, 기대와 아쉬움 사이
《내 남은 연애》가 일반 연애 리얼리티와 다를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1회를 봤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초반 30분은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습니다. 남녀 출연자가 한 명씩 문을 열고 들어오고, 먼저 앉아있던 사람들이 반갑게 맞이하고, 누구 옆에 앉을지 눈치를 봅니다. 외모 이야기가 오가고, 첫인상을 서로 평가합니다. 돌싱이냐 모태솔로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 지금의 연애 프로 대부분이 따르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연애 리얼리티'라는 장르 안에서 첫 만남을 보여주는 데는 어느 정도 검증된 형식이 필요하다는 걸 압니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한 청춘들의 이야기라는 분명한 특수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다른 시작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예컨대 '죽음 가까이 다녀온 뒤에도 사랑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고 출연자들을 들여보냈다면, 이후의 평범한 첫 만남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스튜디오 패널 구성은 제법 흥미로웠습니다. 첫 연애 프로 MC에 도전한 배우 이세영, 스스로 연프 마니아로 알려진 정용화, 감정 이입이 빠를 것 같은 세븐틴 도겸, 그리고 소아암을 이겨낸 경험이 있는 최예나. 특히 최예나는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타인의 사연으로만 바라보지 않을 것 같아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가 됐습니다. 다만 초반 토크에서 패널들이 프로그램 제목만 보고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상상하는 장면은, 제 경험상 '대본이 보인다'는 느낌이 들어 몰입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미 기획 의도와 출연자 사연을 알고 왔을 텐데, 그 부분을 굳이 숨기려 한 연출 의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같았습니다.
후반부에 등장한 '시간의 방' 시스템은 이 프로그램만의 특색 있는 장치였습니다. 매일 출연자들에게 100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을 원하는 상대에게 나눠주는 방식입니다. 한정된 시간을 의식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연애에서도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선택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장치는 단순한 게임 요소 이상의 상징성을 가집니다. 다만 이 시스템이 1회 후반에서야 공개됐다 보니, 초반의 평범한 포맷과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연애 리얼리티의 포맷 연구에 따르면, 시청자의 프로그램 몰입도는 첫 회에서 주제의 차별성이 얼마나 빠르게 전달되느냐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출처: 방송통신위원회). 그런 관점에서 《내 남은 연애》의 1회는 후반부 투병 일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전반부 포맷의 아쉬움이 초반 몰입을 방해한 측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내 남은 연애 출연자들 병이 다 완치된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투병 경험이 있다고 하면 과거형으로 인식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완치 판정을 받은 출연자와 방송 당시까지 치료가 진행 중인 출연자가 함께 출연합니다. 김륜기는 현재도 항암 치료 중이고, 김나영은 청신경초종으로 한쪽 청력을 거의 잃은 상태에서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출연자마다 현재 상태가 다르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복잡한 지점입니다.
Q. 시간의 방 시스템이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나요?
A. 매일 출연자 개인에게 100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을 원하는 상대방에게 나눠줄 수 있는 방식입니다. 시간을 준다는 것이 곧 관심과 선택을 의미하는 구조로, 한정된 시간을 의식하며 살아온 출연자들의 특성과 맞닿아 있는 장치입니다. 1회에서는 시스템 소개 정도에 그쳤고, 실제 운용 방식은 2회 이후부터 구체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Q. 내 남은 연애 1회 자극적이거나 불편한 장면 있나요?
A. 방영 전에는 투병 경험이 자극적인 소재로 소비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제 경험상 1회는 그 선을 크게 넘지 않았습니다.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감동 코드로 편집되긴 했지만, 병을 스펙처럼 소비하거나 과장하는 연출은 없었습니다. 다만 가볍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며, 출연자들의 현재 상태가 모두 다른 만큼 감정적으로 무거운 장면이 반복됩니다.
Q. MC 최예나가 소아암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A. 네, 최예나는 어린 시절 소아암을 이겨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때문에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타인의 사연으로만 바라보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MC의 개인 서사가 프로그램 주제와 겹칠 때 스튜디오 반응의 진정성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최예나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고 봅니다.
결론
《내 남은 연애》 1회를 보고 나서 방영 전보다 걱정이 줄어든 건 맞습니다. 투병 일지 공개라는 방식은 예상보다 훨씬 진정성 있게 작동했고, 같은 '투병 경험'이라는 단어 안에서도 완치된 사람과 지금도 치료 중인 사람이 공존한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의도가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초반 포맷의 익숙함과 스튜디오 연출의 어색함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같은 아픔을 겪었으니 서로를 더 잘 이해할 것'이라는 공식입니다. 병명이 같아도 치료 과정과 후유증은 다르고, 누군가에게 투병은 지나간 과거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오늘입니다. 서로의 고통을 다 안다고 말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게 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깊은 배려일 수도 있습니다. 2회도 기대와 걱정을 함께 들고 볼 예정입니다.